출산 후기(양수 터짐/유도 분만/태변 이슈/관장 못함)

2025. 10. 5. 22:23춤추는 감자의 이야기🎈/임신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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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39주가 되는 날 갑자기 양수가 터졌다. 임신 동안 큰 이벤트가 없어서 난 자연진통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바로 병원 분만실에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간단히 짐만 챙긴 채 병원으로 갔다.


주치의 선생님이 없던 날이라 다른 분께 진료를 봤다. 갑자기 양수가 미친듯이 젖어서 움직일 수도 없을 정도였고, 바로 촉진제를 맞아보기로 함. 그동안 공부하기를 유도분만은 자연분만이 아니라고 했고, 난 자연진통이 오기를 좀 기다려보고 싶었는데, 남편도 병원오려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했고 다리 사이에서 물이 줄줄 흐르는데 심장이 벌렁거려서 의사선생님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보호자없이 혼자 입원…

출산 타임라인을 최대한 다 기록하고 싶었으나 초반에만 조금 적을 수 있었다. 왜냐믄 나중이 늠나 아파서 뭘 할 수가 없었기 때문…^^

14:00 양수터짐
15:00 입원 및 촉진제 맞기 시작
*양수 초록색으로 아기가 태변을 보았다고 함
16:30 자궁경부 2cm열림
17:45 참을 만했던 진통이 점점 세지고 아파짐
19:00 촉진제 중단(일반적으로 새벽엔 보통 안 맞는듯)
*저녁식사 원하면 먹으랬는데, 양수가 터진데다 애기가 태변도 보고 해서 혹시 모를 응급제왕에 대비하여 식사는 먹지 않음
21:00 고통은 훨씬 줄었으나 진통이 걸린건지 주기적으로 진통 / 양수가 많이 새고 핏덩어리가 떨어짐
23:00 내진 후 애기 낳을 분만실로 이동
00:10 항생제 주사 투여 (양수터진 경우 8시간마다)
15:30 내진 후 3.5cm 열림 / 걍 무통 놔달라고 함 / 시술 후 무통천국 (하반신 마비 되는 느낌, 소변 느낌이 없어서 주기적으로 오셔서 소변줄 꽂아 빼주심)
06:10 자궁경부가 많이 열리지 않은 상태로 촉진제 다시 맞기 시작함

여기까지가 나의 기록이고 이후 자궁경부는 10cm 다 열렸으나 (무통으로 전혀 아프지 않았음) 아기가 내려오질 않아서 결국 무통주사를 빼고 진통을 겪었다. 배가 아프진 않았는데 아기 머리가 커서 그런건지 뭔지 밑빠지는 고통이 진짜 미칠듯이 너무 심해서 수술시켜달라고 도저히 못하겠다고 몸부림쳤다. 주치의 쌤은 자궁경부가 다 열리고 애기도 내려와서 지금 수술하면 너무 아깝고 출혈이 많을 것이라 했다. 하지만 난 도무지 이 생경한 고통을 겪을 자신이 없었다. 경력 많은 간호사 분께서 15분만 힘줘보자고 했고, 이때 이미 나는 혼절 직전이었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오로지 이 고통을 끝내고자 하는 일념으로 배운대로, 연습한대로 힘을 줬다. 아기가 잘 내려오지 않아서 양쪽에서 간호사 두 분이 배 위로 올라와 아기를 미친듯이 밀어내셨다. 하지만 진통이 워낙 심해 배를 미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았다.

아기가 점점 내려왔다. 아기를 낳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빨리 아기를 빼내서(?) 고통을 덜고 싶었다. 7번 정도 힘을 주었을까? 아기 머리가 나온다고 했다. 힘주기를 중단하고 처치 준비를 하신 뒤 회음부 절개를 했고 마저(?) 아기를 낳았다. 눈이 감길 때마다 옆에서 “눈 뜨세요!!!” 해주심 ㅎㅎ 남편은 내가 너무 고통스러워 하니까 숨넘어가서 혹시나 잘못될까봐 화장실에 가서 펑펑 울었다고 한다.

난 관장도 못하고 출산이 진행되는 바람에 애 낳으면서 응가도 계속 나왔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더럽거나 하진 않았다. 힘주기 할 때마다 패드 바로바로 갈아주셨고, 그런 하찮은 것에 신경쓸, 수치심을 느낄 여유가 전혀 없다.

출산의 3대 굴욕, 내진/관장/제모 모두 내겐 전혀 수치스럽게 느껴지진 않았다. 숱한 산부인과 진료로 내진도 익숙했고, 그리 아프지 않고 견딜만 했다. 진통 하면서 내진 열번은 한 것 같다. 관장도 못해서 애기와 응가를 동시에 했음에도 수치스러움을 느낄 겨를 자체가 없었으며, 회음부 절개 시 제모는 절개 부위 주변만을 정리하는 것이라 이상하지 않았다. 그냥 수술하기 전 수술 부위 깨끗하게 닦는 느낌? 난 제모하면 아예 다 밀어버리는 줄 알고 있었는데 전혀 아니다. 비포 애프터 육안으로 보면 아무 차이도 없다. 눈에 안 보이는 회음부 쪽만 면도하는 거라.

양수터지고 아기가 스트레스 받았는지 뱃속에서 응가도 했지만 잘 버텨줬다. 의사쌤도 아기 착하다구 칭찬하심 ㅠㅠ 하지만 힘주기 할때 아기 심박수가 좀 떨어져서 산소마스크 쓰고 애낳았다. 나도 태어날때 태변먹어서 고생했단 걸 알아서 우리 애기도 태변흡입증후군 생길까 걱정했다. 새벽 내내 양수도 줄줄 새서 잘 버티나 했는데 그래도 착하게도 아주 잘 버텨줌 ㅠ

여튼 그렇게 애기 잘 태어남. 머리 둘레도 크고 몸무게도 3.51키로, 키는 51cm로 조금 크게 태어났다. 신랑이 탯줄 자름ㅋ 애 낳으니까 그동안 답답했던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고 드디어 홀몸이 됐다는 해방감이 아주 좋았다. (물론 가끔 알수없는 상실감에 울기도 함)

이날 밤, 나는 쉽게 잠을 자지 못했다. 출산이 트라우마가 되었는지 자꾸만 힘들었던 장면이 떠오르고… 회음부도 너무너무 아파서 편안한 자세를 찾을 수가 없었다…. (천장 보고 누워서 잠들기 불가) 오로패드때문에 맘대로 뒤척일수도 없음ㅋㅋ 자다가 갑자기 너무 오한이 들어서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도 햇다. 자연분만의 고통을 누가 선불제라 하였는갘ㅋㅋㅋㅋㅋㅋ 다음날 나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밥먹으러 침대에 앉는 것도 10분은 넘게 걸리고 진짜 너무너무 힘들었다 오로는 계속 나오는데 좌욕도 해줘야 하고 응가하능 것도 너무 힘들고 닦기도 힘들고…… 후………….. 지금 생각하니 또 너무 고통스럽네 ㅠㅠㅠㅠㅠ

아쉬운 점
@출산 당시 영상을 남기지 못한 것(사진은 많이 찍어주심) 남편한테 신신당부 해둘걸 아쉽다.
@양수 터짐으로 항생제, 옥시토신, 무통주사 등 많은 약물의 개입으로 출산 과정을 겪은 것 (항생제 촉진제를 안 맞아도 됏다면 좋았겟지만…)
@태어나자마자 맨가슴에 아이를 잠시 안아보지 못한 것(정신을 거의 잃어서 눈도 제대로 못 뜨느라 애를 낳은 기쁨을 느낄 수 없엌ㅅ다 ㅋㅋㅋㅋ)

잘한 점
@양수 터졌을 때 당황스러웠지만 침착하게 잘 대처
@그래도 수술엔딩 되지 않게 마지막에 노력한 것
@미리 남편이랑 호흡법 힘주는 법 공부해서 연습한 것
@신생아 유료검사 미리 공부해서 괜히 돈 더 안쓴 것

출산 후에는 이보다 더한 고통이 날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건 바로
모.유.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