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감자의 이야기🎈/생각의 단편(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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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준 - 섬
서덕준 - 섬 섬 서덕준 섬 하나 없는 바다에 홀로 출렁이는 것이 삶인 줄 알았고 장미의 가시가 꽃잎인 줄로만 알고 살았던 그대야 홀로 얼마나 바닷물이 차가웠니 그래 그 욱신거리는 삶은 또 얼마나 삐걱거렸니 그대의 바다에 조그만 섬이 뿌리를 내리나니 힘겨웠던 그대의 닻을 잠시 쉬게 해 섬 전체가 장미로 물드는 계절이 오면 그대는 가시가 아니라 사정없이 붉은 꽃잎이었음을 알게 해 이 시를 읽으면 내가 좋아하는 가을방학-아이보리 라는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평생 외로웠던 것 같은 기분이야 스물 아홉 해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렇기만 했던 건 아니지만 어둠이 내리는 도시의 골목을 나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걸어가 가끔 스스로도 믿지 않는 말을 해 나도 모르게 그러고 나면 난 늘 부끄럽고 미안해, 참 이상하지 다들..
2021.11.12 -
도종환 - 시간의 단풍
도종환 - 시간의 단풍 시간의 단풍 도종환 한 해에 두 번 꽃 피는 아침 단풍 지는 저녁 두 번밖에 주목받지 못하는 나무 많지 그 나무가 남긴 몇 개의 열매 여름날의 그늘도 그리 크게 기억하지 않지만 그들끼리 손잡고 도심 한 켠 푸르름으로 채우고 섰거나 숲의 한구석이 되어 있는 나무 많지 말없이 이 세상 한 모퉁이를 지키다 가는 나무들 많지 살면서 꽃 피던 짧은 날과 쓸쓸히 세상을 등지던 그 며칠밖에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도 많지 바쁘다고 말하지 서둘러 인사를 마치고 장례식장 문을 나서며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고 말하지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시간의 벌판에 미안함도 면목 없음도 묻어두고 잠시 지는 잎을 바라보지 그 기억도 곧 지워지게 될 걸 알고있지 눈물처럼 떨어지는 가을 오후 시간의 단풍 속에 묻혀 흩어지..
2021.11.05 -
수선화에게 - 정호승
수선화에게 - 정호승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처음 이 시를 알게된 게 20대 초반이었던 것 같은데 10년이 거의 지난 지금도 가끔씩 펼쳐보게된다. 오늘 어쩌다 넷플릭스 인간실격 드라마를 보게됐는데 아직 2화까지밖에 보지 않았지만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니 이 시가 문득 생각이 났다. 소주 한 잔 생각..
2021.10.30 -
[넷플릭스 Love on the Spectrum]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꿈꾸는 사랑
넷플릭스에 우연히 보게 된 Love on the Spectrum. 처음에는 스펙트럼이 뭘까 했는데 알고보니 Autism Spectrum Disorder(ASD,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뜻하는 말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보았다가 최근 들어 본 콘텐츠 중 가장 마음이 가고 감동을 느껴 글을 몇 자 적어본다. (그러고 보면 요즘 나는 감동을 받는 일이 이전보다 많이 줄었다. 눈물도 줄었다.) 여튼, 러브 온 더 스펙트럼은 시즌1, 시즌2로 구성돼있는 호주 리얼리티 TV 시리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Love on the spectrum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사회화 기술이 부족해 깊이 있는 인간 관계를 맺기 어려워 하지만, 이들 역시 사랑을 꿈꾸는 그냥 사람들이다. 다만 진입 장벽이 조금 더..
2021.10.21 -
영화 아비정전과 이용채 시인의 돌아보면 언제나 혼자였다
영화 아비정전과 이용채 시인의 돌아보면 언제나 혼자였다 외국어를 좋아하지만 중국어는 이상하게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첨밀밀을 보고 홍콩 영화 특유의 매력에 반해 처음으로 중국어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첨밀밀에 이어 인생 두 번째 홍콩 영화, 아비정전을 보았다. 아비정전을 보고나니 내가 좋아하는 시 하나가 생각났다. 돌아보면 언제나 혼자였다 이용채 돌아보면 언제나 혼자였다 나를 사랑한다고 다가오는 사람에게선 내가 물러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서면 그가 물러났다 나에게서 물러선 그에게 다시 다가서면 그가 부담스러워 나를 피했고 내가 물러섰는데도 다가오는 이는 내가 피하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늘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더 아름다웠던 것을 내겐 늘 곁에 있어..
2021.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