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각의 단편

서덕준 - 섬

별의먼지 2021. 11. 1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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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준 - 섬

서덕준

 

섬 하나 없는 바다에 홀로 출렁이는 것이 삶인 줄 알았고

장미의 가시가 꽃잎인 줄로만 알고 살았던 그대야

 

홀로 얼마나 바닷물이 차가웠니

그래 그 욱신거리는 삶은 또 얼마나 삐걱거렸니

 

그대의 바다에 조그만 섬이 뿌리를 내리나니

힘겨웠던 그대의 닻을 잠시 쉬게 해

섬 전체가 장미로 물드는 계절이 오면

그대는 가시가 아니라

사정없이 붉은 꽃잎이었음을 알게 해


이 시를 읽으면 내가 좋아하는 가을방학-아이보리 라는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평생 외로웠던 것 같은 기분이야
스물 아홉 해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렇기만 했던 건 아니지만
어둠이 내리는 도시의 골목을
나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걸어가
가끔 스스로도 믿지 않는 말을 해
나도 모르게
그러고 나면 난 늘 부끄럽고 미안해, 참 이상하지
다들 이렇게 같으면서 다르다는 게
다들 이렇게 변하면서 변함 없는 게
영화 속 연인들을 볼 때면
우리 모습이 떠올라
내가 잘하고 있는지 괜찮은지
그리고 너는 행복한지
사랑해, 알고 있지?
아직은 이런 밤에는 쌀쌀하지만
이제는 곧 봄이야, 봐, 꽃들이 피어나고 있어
사랑해, 알고 있지?
이제 곧 활짝 필 거야 개나리 목련
너무 밝아서 문득 괜히 눈물이 나기도 할 거야
이제는 곧 봄이야, 봐, 꽃들이 피어나고 있어
꽃들이 피어나고 있어

 

이 시와 가사는 같은 결이지만 온도가 다른 느낌. 서덕준의 섬이 조금 차갑다면 아이보리는 좀 더 따뜻한 온도가 느껴진다. 하지만 뿌리는 같은 감정인 그런 느낌이랄까?

나도 언젠가 꽃이 활짝 피어날 수 있을까?

최근 봤던 유튜브가 했던 표현 중에 '겨울'이 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잘 되지 않고 운이라곤 1도 따라주지 않는 그런 시기를 겨울이라고 한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온다. 지금은 가을이 저물고 조금씩 겨울이 찾아오고 있기도 하다. 나는 아직 가을의 문턱인 것 같은데, 이게 겨울이 지나 가을이 된 건지, 겨울이 될 건지 잘 모르겠다.

 

언젠가 봄이와서 내 마음에 자리잡은 섬에 장미가 잔뜩 피어나는 때가 올 수 있을까?

늘 그렇듯이 삶의 선택에 정답은 없다. 나의 선택을 정답으로 만들어 나가려는 노력만 있을 뿐.

나는 그만한 의지가 있는 괜찮은 인간일까?

 

괜찮은 인간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