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각의 단편

정호승 - 키스에 대한 책임

별의먼지 2021. 12. 4. 10:33
728x90

정호승 - 키스에 대한 책임

키스에 대한 책임

정호승

 

키스를 하고 돌아서서 밤이 깊었다

지구 위의 모든 입술들은 잠이 들었다

적막한 나의 키스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너의 눈물과 죽음을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

빌딩과 빌딩 사이로 낡은 초승달이 떠 있는 골목길

밤은 초승달은 책임지고 있다

초승달은 새벽을 책임지고 있다


시인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연인과 입맞춤을 한 뒤 이 시를 썼을까? 겨울 공기가 차다.

 

입맞춤이란 단어가 참 좋다. 입과 입을 맞대는 일. 마음과 마음을 맞대는 일도 입맞춤처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윈터링

오늘 새로운 단어를 알게되었다. 겨울나기, 일명 윈터링(Wintering)이라고 하는데 최근 나온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라는 책에서 작가 캐서린 메이가 표현한 단어다. 인생에 있어 겨울은 누구나에게 찾아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겨울을 어떻게 지낼지에 대한 선택, 즉 내가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인데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감정의 변화를 잘 묘사하고 있다고 한다. (유튜브에서 보고 알게된 내용으로, 직접 읽어보진 않았다.)

 

정호승의 이 시는 내게 '겨울' 같았다.

 

밤은 초승달을 책임지고, 초승달은 새벽을 책임지고 있다는 그 말이 왜 이렇게 아릴까. 달이 없는 밤은 얼마나 쓸쓸할까.

올 한 해가 저물어간다.

'일상 > 생각의 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금녀 - 별 사  (0) 2022.02.21
도종환 - 꽃잎  (0) 2022.01.27
류시화 -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 간다  (0) 2021.11.19
서덕준 - 섬  (0) 2021.11.12
도종환 - 시간의 단풍  (0) 2021.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