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각의 단편

도종환 - 꽃잎

별의먼지 2022. 1. 2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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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 꽃잎

우연히 구글 이메일 카테고리를 뒤져보다가 2012년 자동 동기화된 흔적들을 발견했다. 20대 초반 내가 좋아했던 시들 중 하나가 눈에 띄어 가져왔다.

꽃잎
 
도종환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운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지금 내가
외로워서가 아니다
 
피었다 저 혼자 지는
오늘 흙에 누운
저 꽃잎 때문도 아니다
 
형언할 수 없는
형언할 수 없는
 
시작도 알지 못할 곳에서 와서
끝 모르게 흘러가는
존재의 저 외로운 나부낌
 
아득하고
아득하여

 


어차피 혼자 사는 인생

인간의 근원적 고독을 이렇게 간결하게 표현한 시가 있을까. 시는 길지 않은 단어에 여러 마음들을 꾹꾹 눌러담은 것 같다. 소설이 인간 군상을 풀어냈다면 시는 몇 안되는 단어들로 인간 군상을 눌러 남은 느낌이랄까? 마치 시골가면 할머니가 손주들 밥 많이 먹으라고 밥 꾹꾹 눌러담는 것처럼, '꾹꾹'에는 어떠한 사랑이 담겨있다. '형언할 수 없는 나부낌'이라는 표현이 특히 마음에 든다.

 

어차피 뭘 해도 혼자라면, 외롭다면

다 같이 가는 길이라서 그래도 괜찮다. 나만 이렇게 외로운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위로가 된다. 오래 만난 연인과 헤어지고나서 결혼에 대한 조급함으로 1년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건 어차피 인생은 외로운 길이고, 둘이라고 해서, 결혼을 한다고 해서, 인생의 반쪽을 만난다고 해서, 내 존재가 더이상 외롭지 않은 건 아니라는 것. 모든 가능성에 마음을 열어두고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은 이렇지만 나중에 변할 수 있고 사람 일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제 이런 글을 봤다. '인생은 마지막에 웃는 자가 승자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많이 웃는 자가 승자였더라'고. 나는 한국 나이로 이제 서른 둘이 되었다. 결코 적지 않은 나이고 마땅히 이룬 것도 없는 시시하고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요즘은 삶의 방향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든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되고, 관성에 저항하여 변화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조금씩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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