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30. 22:56ㆍ춤추는 감자의 이야기🎈/생각의 단편
수선화에게 - 정호승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처음 이 시를 알게된 게 20대 초반이었던 것 같은데 10년이 거의 지난 지금도 가끔씩 펼쳐보게된다. 오늘 어쩌다 넷플릭스 인간실격 드라마를 보게됐는데 아직 2화까지밖에 보지 않았지만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니 이 시가 문득 생각이 났다. 소주 한 잔 생각나게 하는 드라마지만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 술 생각은 나지 않는다. 대신 아이스크림이 조금 먹고 싶어졌다.
정호승 시를 좋아해서 시집을 예전에 하나 사 두었다. 수선화에게 라는 이 시는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시를 노래로 부른 것도 있는데, 나쁘지 않다.
왜 결국 사람은 사람에게 위로받을 수 밖에 없을까? 그 사실이 아름다우면서도 너무 애처롭다. 너무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나는데 그게 행복의 눈물인지 슬픔의 눈물인지 잘 모르겠다.
우주 외로움을 잊고 지낸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잊고 지낸건지, 느낄 만큼의 여유가 없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잘 살아왔고 잘 지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나의 선택을 정답으로 만들기 위한 작은 노력들을 만들어 갈 힘이 남아있을까? 나는 아직도 어른의 삶이 어렵다. 외로운 사람들끼리 위로해주면서 살면 그냥 그게 행복한거겠지? 지구에 살다가는 모든 인간과 생명들이 사는 동안에는 누군가 위로받을 수 있는 사람 한 명 쯤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우연히 만난 길가의 풀꽃이 주는 그런 위로말고, 사람이 줄 수 있는 위로를 우리 모두 느껴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아무리 그 순간이 바닥이어도 최악의 순간이어도 조금은 희망이 있지 않을까, 우리의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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