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떤 사람인지 안다는 것 30년 넘게 살았지만 아직도 스스로를 잘 모릅니다.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디까지 참을 수 있고 어디서부터는 견딜 수 없는지 잘 모릅니다. 연애를 할 때도 내가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해 양가 감정에 휘둘리는 날들이 길었습니다. 양손에 떡 쥐고 둘다 놓치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 타인의 욕망을 나의 욕망이라고 착각하던 시절에서 벗어나 오롯한 나 자신을 알고자 합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순간 순간 올라오는 감정 자체에 푹 빠져버리곤 했습니다. 이제 내가 감각하고 느끼는 하나 하나에 구체적인 이름표를 달아보려 합니다. 아마 내가 누구인지 알아간다는 건 평생에 걸친 일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존재했으나 지금은 없어진 내가 있겠고,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