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감자의 이야기🎈/일상(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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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7년간의 길고 길었던 정체기를 지나 드디어 새로운 직장에 가게됐다. 어제 오전 최종합격 결과를 확인했고, 여유롭게 인수인계하고 남은 연차도 쓰려 했으나 실패! 아무래도 입사일이 공고문에 처음부터 박혀있던 탓인지, 공공기관이어서 그런지 개인 사정에 맞는 입사일 조정이 어려웠다. 그래서 합격 당일이었던 어제, 사직서를 내면서 마지막 출근을 하루 앞두고 있다. 어제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미 마음은 ‘이직’이라고 결정내렸음에도, 변화를 두려워하는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고 치열하게 고민했다. (고민이라기보다는 이미 정해진 결정에 대한 자기합리화에 가까웠지만…) 여하튼 오전 내내 심장이 두근거려 혼났다. 그토록 원하던 변화였지만 막상 닥치니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물론 이 순간에도 난 걱정거리가 끊이질 않는..
2024.07.16 -
1호선 출근길 단상
1호선 출근길 단상 매일같은 출근길인에도 오늘은 유난히 진이 빠졌다. 난 항상 비교적 넓은 노약자석 공간에 서서 50분 남짓한 시간을 지하철에서 보낸다. 오늘은 어떤 할아버지가 비집고 열차를 타며 '요즘 젊은 사람들 다 이상하다'며 큰 소리를 냈고, 파란당을 욕하며 '전두환같은 사람이 나와서 말 안듣는 애들은 다 어디 보내버려야 한다'고 했다. 서울역에서는 어떤 남자가 '그만 밀라고, 좀!'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흔하디 흔한, 매일같이 반복되는 출근길 지하철은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노약자 좌석 한 곳이 비어있는줄, 출입문 앞에 낑겨있는 사람들이 알 재간이 어디 있을까? 그 할아버지는 비켜주지 않는다며 젊은 사람들을 싸잡아 욕하는 대신, '자리가 한 곳 있어서 가려하니 힘들더라도 좀 비켜달라, 고맙..
2024.03.26 -
메리지 블루, 그리고 손톱깎이
결혼을 3개월 남짓 앞두고 괜히 싱숭생숭한 날들이 많아졌다. 날 것의 내밀한 감정들을 가족과 지인들이 볼 수 있는 공개 블로그에 다 내보이기는 쉽지 않아 아쉽다. 그리고 오늘 일요일은 유난히 그랬다. 꼭 아무 데도 나가지 않고 집에 하루 종일 있으면 별별 생각들이 다 드는 듯 하다. 코맹맹이 소리가 여전히 나면서도, 시끄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이른 오후, 손톱깎이를 찾으러 집 곳곳을 둘러보았다. 유난히 손톱이 깎고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엄청나게 긴 것도 아닌데 거슬렸다. 아무리 뒤져봐도 보이질 않았다. 내가 평소 손톱깎이를 보관하는 통에도, 늘 항상 모든 물건들이 어지럽게 놓여져 있는 테이블에도, 가끔 화장실에서 손톱을 깎으면 나도 몰래 두고왔던 변기 위 선반, 화장대 위까지... 평소 물건을 두..
2024.02.18 -
아프다
결국 탈이 났다. 설 연휴 때 간질이던 목이 미세먼지때문만인 줄 알았는데. 이틀 정도 몸도 아프고 목이 아프더니 기어이 축농증이 찾아왔다. 이렇게 아픈 축농증은 처음이다. 지금도 몸이 아프고 춥고 열이 나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어제 오늘 퇴근길에는 마치 지하철 그리고 집 앞 거리에서 폭삭 눕고 싶고 쓰러질 것 같고 그랬다. 괜히 서럽기도 하고 뚝 떨어진 입맛이 좋기도 하다. 그런데 왜 몸무게는 그대로지. 궁금한 점이다. 내가 이렇게 병을 키운데는 바로 병원에 안갔기 때문일까? 어릴 때 자주 앓았고 항생제를 많이 먹은 탓에 약국 약은 잘 듣질 않는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항생제를 너무 남용하는 건 아닐까 싶고, 굳이 푹 쉬고 잘 나을 수 있는 병에 약을 먹고 싶지 않다. 기어이 견딜 수 있을 때까지 견..
2024.02.16 -
마음의 연약지반
마음의 연약지반 며칠 전 문득 마음을 스쳐지나간 생각을 적어보려한다. 조금 된 생각들이라 언어로 잘 다 표현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사실 이런 이야기들은 그냥 혼자 일기장이나 스마트폰 메모장에서 적어두지만, 그냥 오늘은 왠지 키보드 탕탕 타이핑을 좀 해보고 싶다. 고속도로를 지나가다 보면 '연약지반' 표지판이 더러 눈에 띈다. 다른 곳보다 지반이 상대적으로 약해서 그 위를 지나갈 때는 조금 더 조심해야한다. 사람의 마음 속에도 이렇게 연약지반이 있다. 한겨울 땅땅하게 얼어붙은 호수에도 어느 지점은 조금 설렁해서 깨지기도 하듯이. 나의 연약 지반을 아는 것은 관계에서 중요하다. 내가 어느 지점에서 건드려지는 사람인지를 스스로 아는 것은 가족, 친구, 애인과 같은 가까운 인간관계에서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
2022.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