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아프다

별의먼지 2024. 2. 16.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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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탈이 났다. 설 연휴 때 간질이던 목이 미세먼지때문만인 줄 알았는데. 이틀 정도 몸도 아프고 목이 아프더니 기어이 축농증이 찾아왔다. 이렇게 아픈 축농증은 처음이다. 지금도 몸이 아프고 춥고 열이 나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어제 오늘 퇴근길에는 마치 지하철 그리고 집 앞 거리에서 폭삭 눕고 싶고 쓰러질 것 같고 그랬다.

괜히 서럽기도 하고 뚝 떨어진 입맛이 좋기도 하다. 그런데 왜 몸무게는 그대로지. 궁금한 점이다.

내가 이렇게 병을 키운데는 바로 병원에 안갔기 때문일까? 어릴 때 자주 앓았고 항생제를 많이 먹은 탓에 약국 약은 잘 듣질 않는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항생제를 너무 남용하는 건 아닐까 싶고, 굳이 푹 쉬고 잘 나을 수 있는 병에 약을 먹고 싶지 않다. 기어이 견딜 수 있을 때까지 견뎌야만 약체가 조금이라도 튼튼해지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항생제는 유익균도 죽이기 때문에 평소 장이 좋지 않아 장 유익균을 늘리려 열심히 노력하는 나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틀을 그냥 버텼다. 영양제를 평소보다 더 자주, 잘 챙겨먹었다. 약국에서 소염제와 생약 성분의 약을 사다 먹었다. 안되겠다 싶어 갔던 병원에서는 기어이 항생제는 먹기 싫다며 알러지약, 해열진통제, 호흡기약만 잔뜩 받아왔다.

그런 날 비웃듯, 지금도 내 몸 안 어딘가를 가득 채우고 있을 균들은 병원을 다녀오자마자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머리가 뻐근하고 얼굴이 아프고 몸이 쑤셨다. 동료들의 돌봄을 받고 싶어 아무도 모르게 티도 안 나게 혼자 엄살도 부렸다.

난 늘 참는 게 익숙한 아이였다. 병원을 그렇게 다니고 몸 속에 이상한 쇳덩이들을 집어넣을 때에도 난 한 번을 울지 않았다.

그런데, 한 번 터진 그 참음은 웬만해선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난 정말 아플때 까진 아픈건지 잘 모른다. 정말 아플때도 이게 내가 엄살을 부려도 될 정도인지 헷갈려한다. 그래서 난 이제 조금만 아파도 괜히 엄살을 부리고 싶다.

몰랐는데, 부비동염(축농증) 증상 중에는 몸살 감기와 비슷하게 발열, 오한, 근육통 증상이 있다고 한다. 결국 난 참지못하고 퇴근하자마자 어제갔던 병원에 가서 항생제를 달라고 했다.

겨우 몸을 이끌어 집에 도착해서 약을 먹기 위해 먹은 밥은 이상하게도 맛이 없는 듯 있다. 체한 듯 속이 좋지 않아 눕기 전 억지로 허리를 세우고 있다. 아파서 그런지 괜히 감성에 젖어 이 순간을 굳이 또 남기려 한다.

중요한 일들이 쌓여있는 내일이 오는 게 싫다. 아침에 되면 나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