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 가꾸기/마음 튼튼

심리상담 일기 - 2회기 (feat. 심리검사 3종 세트)

별의먼지 2022. 10. 2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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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 일기 - 2회기

2회기는 첫만남처럼 아주 임팩트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한 가지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 있었는데, 바로 내가 "감정을 잘 알고 표현하기보다는 분석하는 습관"이 있다는 것이다.

 

오늘은 좀 덜 바보같겠지?

바보처럼 어버버거리기만 했던 첫만남과 달리 그래도 이제 조금 긴장도 풀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선생님을 만났다. 하지만 역시나 2회기도 아직은 좀 어색했고, 얼굴도 여전히 빨개졌고 상담을 마칠 때 즈음엔 갑자기 눈물이 났다. 눈물이 나는 대목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그냥. 이유를 물어봐주셨는데, "잘 모르겠다"고 했다. 좀 더 생각을 해보니 어린 시절의 어린 내가 참고 힘들었던 그때 시절이 생각나서 울컥 감정이 올라왔던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사실은 선생님한테 특별한 내담자가 되고 싶다고 얘기했다.

첫만남과 마찬가지로 내 얘기는 계속 겉돌았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본다"가 이런 느낌일까? 핵심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그것을 보지 못하고 계속 엉뚱한 얘기로 새고 맴도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상담을 마치기 전에는 정말 솔직한 나의 속내를 털어놓고 싶었다. 그래서 얘기했다. 생각해보니 처음에 면접지를 열심히 작성했던 것도, 처음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길에 들었던 생각도 사실은 "눈에 띄고 싶고, 많은 내담자들 가운데서 일적으로 대하는 게 아니라 나를 좀 더 특별하게 생각해주길 바랬던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그리고 "이게 선생님한테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런 내 심리도 뭔가 전문가 입장에서는 통찰의 힌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에 대해 "이렇게 솔직하게 말해주는 게 좋다. 마음에 힘이 있다. 그게 00씨에게도 도움이 되어야 할텐데" 하고 말해주시는 마음이 감사했다.

 

심리검사 3종을 해보기로 했다.

문장완성검사(SCT), MMPI-2(다면적 인성검사), TCI 검사 3개를 주말에 온라인으로 실시했다. 아마 3회기는 검사 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듣지 않을까 싶은데 조금 떨린다. 예전에 한 번씩 해본 검사들이어서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다. 오히려 심리검사신청지에 발달과정을 쓰는 게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고 힘들었던 것 같다. 왜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면 꼭 엄마 아빠 이야기를 해야되는걸까.... 휴....

 

  • 문장완성검사(SCT) : Sentence Completion Test의 약자로 미안성된 문장 뒷부분을 스스로 완성하면서 수검자의 지각, 태도, 성격을 알 수 있는 투사 검사 도구. 부모님을 포함한 가족에 대한 지각, 권위적인 인물/대인관계/목표 또는 꿈에 대한 태도, 실패 또는 좌절에 대처하는 방식, 부정적 정서를 다루는 방식, 자기 개념 등을 알 수 있다. 다른 심리 검사에 비해 간편하고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심리 검사. 
이 검사는 되도록이면 문장을 본 순간 바로 떠오르는 걸 적는게 좋다고 한다. (투사적 검사) 만약 생각을 깊게 하면 의식적으로 방어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한다. 나 역시 최대한 바로 생각나는 걸 가감없이 적으려고 했는데, 몇 몇 문장은 잘 생각이 나지 않아서 좀 시간차를 두고 작성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던 작업인데, 빨리 하려면 5분 만에도 끝날 수 있을 것 같다.

  • 다면적 인성검사(MMPI) :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쓰이고 많이 연구되어 있는 성격 검사. 1943년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비정상적인 행동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발되었다. 본래 목적은 정신질환자를 평가 및 진단할 때 보다 효율적이고 신뢰도 높은 심리 검사를 개발하기 위한 것으로, 정신과적 진단분류가 일차적 목적으로 일반적 성격 특성을 측정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신 병리적 증상과 성격 경향성은 질적 차이보다는 양적 차이라는 전제하에 오늘날에는 임상 집단 뿐 아니라 정상인 집단 모두를 대상으로 성격 경향성을 평가하는데 널리 사용되고 있다.

MMPI 평가 척도 (출처: https://m.blog.naver.com/ois1060/110164867)

 내가 했던 MMPI는 MMPI-2 이렇게 숫자가 뒤에 붙어있었던 것 같다. MMPI-2는 MMPI의 개정판으로 1989년에 출시되었다고 한다. 문제가 한 몇 백개 있었는데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그냥 생각없이 바로바로 체크하니까 채용시험 인성검사처럼 그냥 슥슥 대답하는 느낌. 평가 척도 구성을 보니 왠지 나는 건강염려증, 우울증, 히스테리, 강박증 이런데서 점수가 다소 높게 나오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 TCI 검사 : C.R.Cloninger의 심리생물학적 인성모델에 기초하여 개발된 검사. 기존 타 인성검사와 달리 한 개인의 기질과 성격을 구분하여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인의 사고방식, 감정양식, 행동패턴, 대인관계 양상, 선호 경향 등을 이해할 수 있다. 기질 척도는 4가지, 성격은 3가지 척도로 측정한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부분(기질)은 이해하고, 수용하고 변화할 수 있는 부분은 좀 더 성숙할 수 있는 개인의 성격을 구분할 수 있는 검사다.

 

TCI 검사 결과지 샘플 일부 (출처: maumsarang.kr)

난 왠지 자극추구, 사회적 민감성, 자기초월, 연대감이 높은 점수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 읽었던 책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의 사랑>에 따르면 민감하면서도 자극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고, 민감하기 때문에 자극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호기심도 많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시도하는 것도 좋아하고, 창의적인 활동을 좋아하고, 짜릿하고 위험한 것도 좋아하고, 세상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없다고 생각해서 다양성을 매우 좋아하는 편인데, 아주 자극 추구를 좋아하는 동시에 민감한 부분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런 경향성이 검사 결과에도 반영이 되지 않을까?

내적 탐구를 잘한다고 해서 감정도 잘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다

난 누구보다 스스로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누구보다 스스로를 이해하는 데 매우 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그건 "분석"에 가깝다는 걸 알았다. 감정은 분석하는 게 아니라 느끼고 표현하는 일인데, 아마 상담 여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 나에게 이번 경험은 또 어떤 희망과 깨달음을 안겨줄까. "생각도, 감정도 없이 사는 사람이 많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또 우월감을 느끼며 두 번째 만남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