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 가꾸기/마음 튼튼

심리상담 일기 - 3~5회기

별의먼지 2022. 11. 13.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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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 일기 - 3~5회기

글쎄, 이어지는 상담에서는 최근 일상을 미주알 고주알 쏟아냈다. 어색했던 초반과 달리 선생님과도 좀 친해지고 마음이 조금은 더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상담 세션을 이어 나가면서 초기처럼 쓸 말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나의 느낌과 감정이 휘발되기 전에 기록하고 싶다. 어쩌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약간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욕심과 함께.

감정은 “힘들었어”가 아니다


항상 느낌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게 감정을 들여다 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담사 선생님께서 그러셨듯이, 그리고 어제 서점에서 우연히 읽은 책 구절이 그러했듯, 분석 자체가 감정은 아니다. 우리는 흔히 연인과 다툴때 이런 말을 하곤한다.

- 너가 그때 나한테 이런 말을 해서 상처받았어.
- 물론 너도 그때 화가 났었겠지만, 난 너의 그런 태도가 내 입장에선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어.

얼핏 보면 감정을 드러내는 것 같은 말들이다. 하지만 감정이 왜 생겼는지, 어디서 그런 감정이 생겼는지 등 감정을 설명하는 표현일 뿐 감정 그 자체는 아니다.

감정 그 자체는 순간에 올라오는 날 것의 무언가다.
분노, 슬픔, 우울, 불안, 환희, 시원섭섭, 씁쓸, 흥분, 빡침, 기쁨, 행복 이런 것들….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 다시 좀 전의 문장을 살펴보자.

- 너가 그때 나한테 이런 말을 해서 상처받았어.
(진짜 감정 : 불안하고 화가났어)
- 물론 너도 그때 화가 났었겠지만, 난 너의 그런 태도가 내 입장에선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어.
(진짜 감정 : 진짜 화나고 어이없었어, 그리고 버려진 느낌도 들어서 우울하고 배신감느꼈어)

내 안의 결핍과 상처, 지금까지 쌓아온 삶의 궤적들에 따라 같은 말이라도 그 안에서 느낀 감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같은 말이어도 그 안의 감정은 제각각일 수 있기에 상대방이 하는 진짜 말과 감정을 파악하면 관계를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이런 말을 본 적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방어기제를 파악하라.” 아마 이 말은 곧 단어 너머에 있는 상대방의 욕구와 감정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방어기제는 나의 상처가 건드려졌을 때 무의식적으로 돌아가는 마음의 매커니즘이다. 다양한 방어기제가 있는데 그중에는 성숙한 것도, 미성숙한 것도 있다. 우리는 이 중 몇 가지 주요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방어기제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다음에 자세히 알아보기로👻


여튼 나 역시 그동안 날 것의 감정보다는 감정을 분석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만큼 어떤 감정이 올라오면 너무 “why”를 따지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어쩌면 나의 방어기제가 그런거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면 안되는데,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게 괴로워서 오히려 이걸 분석하는 쪽으로 해석하면서 나의 마음을 보호하려는 무의식이였을 수도 있겠다 싶은?

감정에 좋고 나쁨은 없고, 느끼지 말아야 할 감정은 없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자.

방어기제에 대한 유튜브 (오래가는 사랑을 위한 방법)

욕심이 많지만 그만큼 노력하지 않는 나


참으로 욕심이 많았고 이만하면 잘했지가 없었던, 스스로에게 늘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사람은 그만큼 상대방을 바라볼 때도 촘촘하고 단점을 잘 발견할 수 있다고. 내 자신에게 너그럽지 못하기 때문. 이렇게 높은 기준을 가지고 살아오게 된 데는 어떤 연유가 있었을까?

지금과는 많이 달랐던 어린 나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나는 지금과 성격이 많이 달랐다. 착하고 순둥순둥하고 거절도 잘 못하고 남 눈치도 많이보고 소심하고 동시에 왈가닥 푼수에 다혈질같았던, 남들 앞에서 나서기도 좋아했던 순진무구하고 착한 아이. 생각도 걱정도 많지만 호기심도 많아서 적극적이었고 은근 주목을 좋아했었는데,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지금의 내가 된 게 아닐까. 오랜 시간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땐 진짜 참 밝고 착하고 상처도 잘 받고, 잘 나대고(?) 그랬었는데. 그러다가 소심해지고 좀 어두워지기 시작한 거 같기도 하고. 앞으로 상담을 진행하면서 이런 부분들을 좀 더 구체화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되게 신기하다. 그때의, 어렸을 때의 나. 그때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