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 가꾸기/마음 튼튼

심리상담 1년 반 후기

별의먼지 2024. 3. 1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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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을 받은지도 벌써 1년 반이 다 되어간다.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꽤 오래했다. 처음엔 부담스러웠던 금액도 정기적으로 지출하다보니 이제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 느낌적인 느낌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으나 나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살피고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잘 지내다가도 불쑥 올라오는 묵은 감정들과 상처때문에 이성을 잃을 때가 종종있다. 그럴때면 눈물부터 나고 속이 뜨끈해진다. 모든 게 싫어지고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극단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당장 내 마음과 몸을 달래줄 사람을 찾게된다. 

 

예전에는 그럴 때마다 안으로, 밖으로 울부짖었다. 사라지고 싶었고, 사무치게 살아있고 싶었다. 어떻게든 타인으로부터 존재감을 인정받지 않으면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밖으로 나도는 날들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엔 그런 감정이 올라올 때 조금은 멈춰서 생각하게된다.

'아, 지금 내가 또 울컥했구나.'

'내가 정말 원했던 건 뭐였지?'

'내가 원하던 건 ~~였는데 좌절되서 마음이 많이 속상했구나.'

'속상한 나 스스로를 위로해주고 날 돌봐주어야겠다.'

 

물론 마음처럼 잘 되지 않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무조건적인 자기혐오에 빠졌다면 지금은 아주 조금은 스스로를 더 사랑하게 된 것같다.

(Before) 난 왜 이럴까? 한심하고 쓸모없는 존재인 나는 세상에서  사라져야 해.

(After) 찌질하고 못난 건 사실이지만 좀 그러면 어때? 처음부터 어떻게 잘해? 내가 이러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야. 상담도 받고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잖아!

 

심리상담을 언제까지 받아야할지는 모르겠다. 배우자가 생긴다는 안정감에 요즘은 이전보다 기복이 줄어들기도 했고, 조금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거 같기는 하다. 

 

30년 넘게 쌓아올린 정서가 고작 1년 반만에 바뀔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게 무리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로 정말 바뀔 거였으면 그만큼 내 영혼이 얄팍하다는 증거 아닐까?

 

난 못났고, 한심하다.

그래도 괜찮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