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각의 단편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를 보고 - 어떻게 사는 삶이 맞는걸까?

별의먼지 2022. 12. 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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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를 보고

 
태양의서커스 - 뉴 알레그리아
 
평점
8.6
기간
2022.10.20(목)~2023.01.01(일)
장소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
출연
-

평소에 불효녀라 부모님 효도 선물로 연말 공연을 준비했다. 12/22(목) 저녁 7:30 공연을 보고 왔다. 촬영이 엄격히 금지되는 다른 공연과 달리 사진을 촬영할 수 있어서 신기하더라. 동영상 촬영은 금지된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그저 뛰고 날아다니는 화려한 곡예만 있겠지 뭐 싶었다. 그런데 생각 이상으로 정말 만족스러웠다. 부모님도 좋아하셔서 뿌듯했지만, 서커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단순한 묘기 공연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음악 세션을 담당하는 단원들이 직접 노래, 드럼, 아코디언, 첼로 등 각종 악기 연주와 함께 배경 음악을 부른다. 처음에는 BGM인 줄 알았다가 공연 중반이 되어서야 직접 사람이 부르고 있다는 걸 알았다.

 

게다가 연극이나 뮤지컬처럼 스토리가 있고 캐릭터마다 개성이 있으며, 섬세한 연기도 있었다. 관객을 위해 공연 중간중간마다 나오는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광대가 한국어로 대사를 할 때면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졌다. 무대 연출도 인상깊었다. 특히 눈폭풍이 몰아치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쌓인 눈을 청소하는 모습까지도 공연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곡예가 아니라 예술 작품이구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공이 이 무대에 들어있을까 생각하니 뭉클했다.

 

보는 내내 감탄을 하게되는 단원들의 신체 한계를 뛰어넘은 모습도 놀라웠다. 화려하고, 화려하고, 화려했다. 실제로 서커스 단원의 상당수는 체조 등 운동선수 출신이라고 한다. 운동 뽐뿌가 제대로 오는 공연이었다. 저 작은 몸에서 어떻게 저런 단단한 힘이 나올 수 있을까. 그리고 연습하는 과정은 얼마나 고됐을까. 지금 이 공연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이 있었을까 생각했다. 

 

태양의서커스는 캐나다 서커스 회사인데 코로나때 파산 위기를 맞았다고 한다.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 뉴알레그리아 시리즈는 태양의서커스가 위기를 극복하고 처음 내놓은 작품이기에 더 의미있었고, 그렇기에 보이지 않는 피와 땀들, 눈물들이 상상돼 괜시리 마음 촉촉해지기도 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서커스 단원들은 보통 10살 이전부터도 훈련을 시작한다고 한다. 운동선수 출신들도 많으니, 어떻게 보면 모두들 한 평생을 몸을 움직이는 일에 바쳐온 셈이다. 어느 한 가지를 긴 시간동안 그렇게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뭐였을까? 그들은 단지 그게 재밌기 때문에 즐겼던 걸까, 아니면 성공하고 싶은 욕망을 따라 여기까지 온걸까. 모르긴 몰라도 이렇게 큰 무대에서 서게 된 모든 단원들과 스탭들은 실력을 인정받기위해 엄청난 공을 들이지 않았을까.

 

도전하는 삶과 의미를 찾는 삶 그 사이 어딘가

 

집에 와서 너진똑 유튜브를 봤다. 도전과 성취를 쫓으며 살아야 할까? 아니면 있는 그대로 살아가도 될까? 둘 중 뭐가 정답일까에 대한 영상이었는데, 너무 좋았다. 서커스단원들은 안정형이었을까, 의미형이었을까? 아니면 둘 다 였을까? 중용의 미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됐다. 

 

죽어라 도전 VS 있는 그대로 괜찮아 - 뭐가 정답일까?

정답은? 둘 다 필요하다. 일정 수준의 소득이 인간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은 연구로 밝혀진 팩트라고 한다. 하지만 돈이나 사회적 성취로는 잴 수 없는 요소들(인간관계 등) 역시 행복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도 사실이라고 한다. 그 중간 어딘가를 표류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나름 나쁘지 않은 태도였구나 라는 생각에 위로가 됐다. (책 광고이긴 했지만) 현실에 땅 붙이고 있되, 감성도 함께 살찌우는 삶. 치우지지 않는 삶은 얼마나 어려운가 생각하게 된다.

 

 

 

R5 205구역 시야

 

참고로 나는 맨 왼쪽 구역 가장자리에서 관람했는데(R5 205구역 P열), 앞 기둥 철조물에 살짝 공연이 가리긴 했지만 공연장 자체가 크지 않아서 충분히 가성비 좋게 잘 관람한 듯 하다. (시야는 사진 참고)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공연 모습
현장 실제 시야는 이 사진이 제일 유사해요! 나름 잘 보이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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