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감자의 이야기🎈(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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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 키스에 대한 책임
정호승 - 키스에 대한 책임 키스에 대한 책임 정호승 키스를 하고 돌아서서 밤이 깊었다 지구 위의 모든 입술들은 잠이 들었다 적막한 나의 키스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너의 눈물과 죽음을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 빌딩과 빌딩 사이로 낡은 초승달이 떠 있는 골목길 밤은 초승달은 책임지고 있다 초승달은 새벽을 책임지고 있다 시인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연인과 입맞춤을 한 뒤 이 시를 썼을까? 겨울 공기가 차다. 입맞춤이란 단어가 참 좋다. 입과 입을 맞대는 일. 마음과 마음을 맞대는 일도 입맞춤처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윈터링 오늘 새로운 단어를 알게되었다. 겨울나기, 일명 윈터링(Wintering)이라고 하는데 최근 나온 라는 책에서 작가 캐서린 메이가 표현한 단어다. 인생에 있어 겨울은 누구..
2021.12.04 -
류시화 -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 간다
류시화 -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 간다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 간다 류시화 시월의 빛 위로 곤충들이 만들어 놓은 투명한 탑 위로 이슬 얹힌 거미줄 위로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 간다 가을 나비들의 날개 짓 첫눈 속에 파묻힌 생각들 지켜지지 못한 그 많은 약속들 위로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 간다 한때는 모든 것이 여기에 있었다, 그렇다, 나는 삶을 불태우고 싶었다 다른 모든 것이 하찮은 것이 되어 버릴 때까지 다만 그것들은 얼마나 빨리 내게서 멀어졌는가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 간다 여기, 거기, 그리고 모든 곳에 멀리, 언제나 더 멀리에 말해봐 이 모든 것들 위로 넌 아직도 내 생각을 하고 있는가 요즘 멘탈이 조금 흔들린다. 마음이 쿵할 때가 자주 있다. 때로는 살아가면서 몇 번 찾아오지 않는 강렬한 감정이 소중하지..
2021.11.19 -
서덕준 - 섬
서덕준 - 섬 섬 서덕준 섬 하나 없는 바다에 홀로 출렁이는 것이 삶인 줄 알았고 장미의 가시가 꽃잎인 줄로만 알고 살았던 그대야 홀로 얼마나 바닷물이 차가웠니 그래 그 욱신거리는 삶은 또 얼마나 삐걱거렸니 그대의 바다에 조그만 섬이 뿌리를 내리나니 힘겨웠던 그대의 닻을 잠시 쉬게 해 섬 전체가 장미로 물드는 계절이 오면 그대는 가시가 아니라 사정없이 붉은 꽃잎이었음을 알게 해 이 시를 읽으면 내가 좋아하는 가을방학-아이보리 라는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평생 외로웠던 것 같은 기분이야 스물 아홉 해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렇기만 했던 건 아니지만 어둠이 내리는 도시의 골목을 나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걸어가 가끔 스스로도 믿지 않는 말을 해 나도 모르게 그러고 나면 난 늘 부끄럽고 미안해, 참 이상하지 다들..
2021.11.12 -
종각 양꼬치 맛집 미각 후기
종각 양꼬치 맛집 미각 후기 종각역 광화문 직장인이라면 두번 세번 가야하는 양꼬치! 건대에서만 먹었던 양꼬치, 종각에는 더 맛있는 양꼬치가 있다! 토마토 계란탕은 필수 ^^ 미각 위치 1호점과 2호점이 있는데 지도는 1호점 기준. 어딜 가도 맛은 비슷한 것 같다. 연락처 : 02-737-8858 미각 메뉴 양꼬치(10개) 13,000원 양념양꼬치(10개) 14,000원) 양갈비살(10개) 15,000원 토마토계란탕 8,000원 말이 필요 없다 사진 고고 잊지못할 토마토계란탕.. 자꾸 생각나서 다음날 집에서 만들어 먹었는데 비주얼은 그냥 그랬지만 맛은 좋았다. 토마토로 만들다 보니 저렇게 맑은 국물이 안나오는데 와 진짜 술 계속 들어가는 맛이야 술먹고 토마토계란탕 먹고 해장하고 또 술 마시고 양꼬치도 맛집..
2021.11.12 -
도종환 - 시간의 단풍
도종환 - 시간의 단풍 시간의 단풍 도종환 한 해에 두 번 꽃 피는 아침 단풍 지는 저녁 두 번밖에 주목받지 못하는 나무 많지 그 나무가 남긴 몇 개의 열매 여름날의 그늘도 그리 크게 기억하지 않지만 그들끼리 손잡고 도심 한 켠 푸르름으로 채우고 섰거나 숲의 한구석이 되어 있는 나무 많지 말없이 이 세상 한 모퉁이를 지키다 가는 나무들 많지 살면서 꽃 피던 짧은 날과 쓸쓸히 세상을 등지던 그 며칠밖에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도 많지 바쁘다고 말하지 서둘러 인사를 마치고 장례식장 문을 나서며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고 말하지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시간의 벌판에 미안함도 면목 없음도 묻어두고 잠시 지는 잎을 바라보지 그 기억도 곧 지워지게 될 걸 알고있지 눈물처럼 떨어지는 가을 오후 시간의 단풍 속에 묻혀 흩어지..
2021.11.05 -
수선화에게 - 정호승
수선화에게 - 정호승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처음 이 시를 알게된 게 20대 초반이었던 것 같은데 10년이 거의 지난 지금도 가끔씩 펼쳐보게된다. 오늘 어쩌다 넷플릭스 인간실격 드라마를 보게됐는데 아직 2화까지밖에 보지 않았지만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니 이 시가 문득 생각이 났다. 소주 한 잔 생각..
2021.10.30